일상

[현장 에세이] 지진으로 건물이 무너졌다면? — 2026 긴급구조 종합훈련에 의용소방대원으로 참여한 날

firestorm 2026. 10. 23. 08:24

지난 10월 19일 오후, 전주덕진소방서와 전주시청이 주관한 「2026 실전형 긴급구조 종합훈련 및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에 의용소방대원으로 참여했습니다. 가정한 상황은 지진으로 인한 건물 붕괴였습니다. 훈련 장소는 순복음참사랑교회 건물과 주차장이었습니다.

 

훈련은 단계별로 진행됐습니다

이번 훈련은 상황이 단계적으로 커지도록 짜여 있었습니다. 현장 곳곳에 'STEP' 안내판이 세워져 있어서, 지금 어떤 상황을 가정하고 있는지 참가자 모두가 알 수 있었습니다. 건물 안에서 불이 커지며 검은 연기가 퍼지는 단계, 대피하던 사람들이 넘어져 환자 4명이 생기는 단계로 이어졌습니다.

연막이 피어오르자 건물 안에 있던 사람들이 입구로 뛰어나왔습니다. 훈련이라는 걸 알고 봐도, 연기가 깔리는 순간에는 긴장이 됩니다.

 

한 기관만으로는 끝나지 않는 재난

지진이나 건물 붕괴 같은 큰 재난은 소방만으로 감당할 수 없습니다. 이번 훈련에도 소방대원과 구조대원뿐 아니라 군 장병, 시청을 비롯한 여러 유관기관이 함께했습니다. 주차장에는 기관별로 천막이 세워져 현장 지휘와 상황 관리가 이뤄졌습니다.

평소에는 각자 다른 일을 하는 기관들이, 재난 현장에서는 한 팀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누가 어디를 맡는지, 정보를 어떻게 주고받는지는 실제 상황에서 처음 맞춰 보면 늦습니다. 그래서 이런 합동 훈련이 필요합니다.

 

제가 맡은 역할은 '기자'였습니다

이번에 제가 맡은 역할은 조금 특별했습니다. 역할극으로 진행된 순서에서 현장에 취재 나온 기자 역할을 맡아 질문을 던지는 것이었습니다.

큰 재난이 나면 현장에는 구조대만 오는 게 아닙니다. 기자들이 몰려오고, 시민들은 뉴스로 상황을 지켜봅니다. 이때 지휘하는 쪽이 정확하고 차분하게 설명하지 못하면, 잘못된 정보가 퍼지고 불안이 커집니다. 그래서 언론 대응도 훈련의 한 부분입니다. 기자 역할을 하면서, 질문 하나에 대답하는 데도 얼마나 많은 정보가 정리돼 있어야 하는지 새삼 느꼈습니다.

마무리

재난은 예고 없이 옵니다. 그날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미리 연습한 만큼 움직이는 것뿐입니다. 의용소방대원으로서 이런 훈련에 함께할 수 있어서 감사한 하루였습니다.

그날, 한 소방관을 떠나보냈습니다

훈련 날은 김진석 소방위님의 발인 날이기도 했습니다. 부천의 한 공장 화재 현장에서, 사람을 구하기 위해 불길 속으로 들어갔다가 끝내 돌아오지 못하셨습니다.

훈련장에서 연기를 보며 '실제 상황이라면' 하고 몇 번이나 생각했습니다. 그 '실제 상황'에 망설임 없이 들어간 분이 있었다는 걸, 그날 하루 내내 떠올렸습니다. 우리가 훈련을 멈추지 않는 이유도, 결국 모두가 무사히 돌아오기 위해서입니다.

김진석 소방위님의 명복을 빕니다. 그 숭고한 희생을 잊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