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옥마을 안에 설치된 비상소화장치의 펌프를 교체했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작은 함 하나지만, 좁은 골목과 목조 건물이 붙어 있는 한옥마을에서는 소방차보다 먼저 물을 뿌릴 수 있는 중요한 설비입니다.
비상소화장치란?
비상소화장치는 소방차가 들어가기 어려운 좁은 골목이나 전통시장, 주택 밀집 지역에 설치하는 소화 설비입니다. 함 안에 호스와 관창이 들어 있어서, 소방대가 도착하기 전에 주민이나 소방대원이 바로 물을 뿌릴 수 있습니다. 한옥마을처럼 목조 건물이 붙어 있고 골목이 좁은 곳에서는 초기 몇 분을 버텨 주는 역할이 특히 큽니다.

증상: 기동만 하면 배전반이 트립
고장 증상은 분명했습니다. 펌프를 기동하면 곧바로 배전반 차단기가 떨어졌습니다. 기동을 걸 때마다 같은 일이 반복되니, 막상 불이 났을 때 이 설비는 물 한 방울 못 보내는 상태였던 셈입니다. 펌프 쪽 고장으로 판단하고 교체를 결정했습니다.
펌프가 기동할 때 차단기가 떨어지는 증상은 현장에서 꽤 자주 만나는 고장입니다. 모터 쪽 절연이 나빠졌거나, 펌프가 굳어 기동할 때 전류가 크게 걸리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원인이 무엇이든 결과는 같습니다. 정작 필요할 때 물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런 증상이 보이면 미루지 말고 바로 점검하고 조치해야 합니다.

한옥마을이라는 현장
한옥마을 작업은 시간이 가장 큰 변수입니다. 낮에는 관광객이 몰리고 상점들이 문을 열어서 함 앞을 막고 작업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상점 주인분들과 미리 시간을 맞추고, 오전 일찍 시작해서 가게들이 문을 열기 전에 거의 끝냈습니다. 협조해 주신 분들 덕분에 장사에 지장 없이 마칠 수 있었습니다.

불이 났을 때 비상소화장치 쓰는 법
- 먼저 119에 신고합니다. 비상소화장치는 소방대가 오기 전까지 버티는 장비입니다.
- 함 문을 열고 호스를 불이 난 방향으로 꼬이지 않게 끝까지 펼칩니다.
- 관창(노즐)을 단단히 잡은 상태에서 밸브를 엽니다. 물이 나오는 힘이 세니 두 사람이 함께 잡으면 훨씬 안전합니다.
- 불꽃이 아니라 불이 붙은 물체의 아래쪽을 향해 뿌립니다.
- 불이 커지거나 연기가 많으면 무리하지 말고 바로 대피합니다.
평소에 우리 동네 비상소화장치가 어디 있는지 한 번만 봐 두셔도, 정말 급한 순간에 몇 분을 아낄 수 있습니다.
비상소화장치는 말 그대로 '비상용'입니다
작업하면서 마음에 걸리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가끔 이 장치를 개인적인 용도로 쓰는 경우가 있다는 겁니다. 비상소화장치는 이름 그대로 화재 같은 비상 상황에 쓰라고 둔 설비입니다. 평소에 다른 용도로 쓰면 호스나 밸브가 상하거나 제자리에 없어서, 정작 필요한 순간에 쓰지 못할 수 있습니다.

한옥마을은 불이 나면 번지기 쉬운 곳입니다. 골목마다 서 있는 이 작은 함이 언제든 제 역할을 하도록, 쓰는 사람도 지키는 사람도 한 번 더 신경 써 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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